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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반면교사 지미 카터 문재인 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인물은 단연 전임자이지만,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과 성향 등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공통점이 많다. 문 대통령의 집권은 카터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탄핵 절차 도중 사임한 다음 선거에서 이겨 정권교체를 이룬 상황과 흡사하다. 보수 정권의 부도덕성과, 기득권에 매몰된 워싱턴 정가의 주류세력에 진절머리가 난 미국 유권자들은 정직과 도덕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건 조지아의 땅콩농장주 카터에게 환호했다. 그러자 카터는 자존심에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도덕성을 넘어 때로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정도였다. 카터는 외교정책에서도 인권과 도덕성을 앞세웠다. 그는 저서 ‘예수님이 대통령이라면’에서 대통령이 정직하고 인격적.. 더보기
도로 새누리당 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마치 이사(李斯)의 상소문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읽은 진시황의 심정과 흡사한 듯하다. 홍 후보는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바른정당 탈당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고 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징계 해제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해 세를 과시했다. 이사의 상소문은 덧셈정치의 표본처럼 회자된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음으로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음으로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홍 후보가 바른정당을 떠난 비박계 의원들의 복당과 당원권이 정지된 친박 의원들의 징계 해제를 밀어붙인 명분은 ‘보수 대통합’에 의한 막판 역전승이다. 바른정당 탈당파 회군에 대한 자유한국당 친박계의 거부감과 반발이 만만치 않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거래가 .. 더보기
구매자 후회와 장미 대선 언제부턴가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자극적인 감정표현이 상례화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들만큼 그런 상념이 두드러진 사례도 드물 것 같다. 물건을 사고 나서 자책하는 ‘구매자 후회’(buyer’s remorse)와 다름없다. 소비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상품을 비싸게 산 것을 곧잘 후회하곤 한다. 상당수 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 설득당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 그것도 직업적인 구매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에 근거해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유권자 후회’(voter’s remorse)도 충동구매를 한 뒤 한탄하는 구매자 후회와 흡사하다. 성경에 구매자 후회에 관한 첫 기록이 등장한다고 해석하는 종교인도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뱀의 꾐에 넘어간 이브와 아.. 더보기
박근혜 시대 청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약소민족 망명정부의 비애를 김광균 시인처럼 처연하게 은유한 이는 일찍이 없었다.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견했지만, 패망한 나라의 화폐가 쓸모없이 나뒹구는 신세임을 비감하게 보여준다. 영토와 국민은 강대국에게 앗기고 허울뿐인 주권만 지닌 망명정부의 애상은 떠올리기만 해도 지끈거린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자 1939년 프랑스 파리에 망명정부를 세운다. 프랑스마저 독일에 항복한 뒤 폴란드 망명정부는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다. 이 망명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 본토에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가 수립되자 1990년까지 존속했다. 노동운동가 레흐 바웬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성 있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폴란드 망명정부는 막을 내렸다.. 더보기
일본 교과서에 실린 위안부 합의의 비극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오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다.” 누가 한 말 같은가? 진보 역사학자, 아니면 좌파 정치지도자? 놀랍게도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삼은 신보수주의자(네오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이다. 부시는 지난해 9월 워싱턴 내셔널 몰에 문을 연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나란히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박물관은 진실을 위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준다”는 한 마디도 덧붙였다. 흑인역사박물관은 노예 제도와 흑인 차별의 진면목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미국의 치부나 다름없다. 부시의 말은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된 일본 정부에 그대로 전해주면 안성맞춤이다. 사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친일·독재의 실상을 윤색하고 아버지 박정희를 미.. 더보기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와 적폐청산 탄핵심판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다.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결정문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헌법정신을 재확인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준엄한 선언이다. 탄핵무효를 외치는 극소수 불복자들의 언사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일각의 물타기식 평가는 비극적인 헌정사에 대한 조사(弔詞)일 뿐이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내린 파면 결정은 대통령의 법 위반 정도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중대한 탄핵 사유에 해당함을 명증한다. 박사모와 진박들이 우격다짐으로 주장하는 ‘죄 없는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한 종북 빨갱이들의 음모’는 더욱 아님을 헌법재판소가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더보기
박근혜와 엄호세력의 협박과 계략 국민에게 법과 질서, 원칙을 그토록 역설하고, 때론 강요하다시피 하던 그 대통령과 지지세력이 맞나 싶다. 탄핵심판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침대축구 전략도 모자라 이제 국민을 향해 협박과 판깨기 술수까지 동원하는 그들이다. 대통령 대리인들은 막말 퍼레이드로 헌법재판을 능멸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내란”을 운운하고 “아스팔트길이 피로 덮여 버릴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위협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주말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무조건 승복하는 것은 헌재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라는 것”이라고 을러댔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김 변호사의 변론을 인터넷에 퍼 나르면서 감정적인 댓글을 유도하자 일부 극우단체 .. 더보기
위기관리 최악정권 재확인한 황교안 국가 지도자와 정권의 역량은 위기대처능력으로 측정된다. 위기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하기 때문에 평소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을 제외하고도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골든타임을 놓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무능을 적실하게 보여줬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조류 인플루엔자, 2017년 구제역 같은 초대형 국가위기로 말미암아 해마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위기인지 판단할 능력조차 없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가 탄핵 사유의 하나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선주자 코스프레를 하느라 자신의 책무를 잊어 .. 더보기
친박 보수의 유일한 무기 ‘종북’ 노란색을 보면 가슴이 뛰는가→‘예’→종북!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가→‘아니요’→종북! 촛불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는가→‘예’→종북! 고위공직자는 병역을 필해야 하는가→‘예’→종북!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하는가→‘예’→종북! 국정원은 개혁되어야 하는가→‘예’→종북!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일은 민주항쟁인가→‘예’→종북! 친일파는 척결되었어야 하는가→‘예’→종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가→‘예’→종북! 이승만은 독재자인가→‘예’→종북! 박근혜 정부 초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종북 자가진단표’(종북 셀프테스트)의 일부다. 한 누리꾼이 만든 풍자물이었지만,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무조건 종북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정치권과 광.. 더보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개고기를 즐겼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영삼 대통령 임기 초반, 공식 오찬 일정이 없던 어느 날 자기 공관에 고품질 개고기 요리를 준비해 놓은 뒤 대통령을 모시고 가려했다. 청와대 경내에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장소까지 꼼꼼히 고려한 것이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내 앞에서 개고기의 ‘개’자도 꺼내지 말그래이” 하며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개고기 먹는 것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거 잘 알제. 그런데 대통령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우째 되겠노.”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야만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