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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한강 노벨문학상이 못마땅한 수구보수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지난 목요일(10일) 저녁 8시가 갓 지날 무렵 영시공부모임 단체대화방에 ‘한 강 노벨문학상 수상!’ 아홉 글자가 떴다. 누군가 희망사항을 장난삼아 올렸겠지 여겼다. 곧이어 ‘진짜? 믿기지 않은 쾌거입니다.’ ‘브라보!’ ‘우와!!!’ ‘오!’ 같은 문자가 속속 올라왔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고 주요 신문 인터넷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긴급 속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가짜뉴스구나! 하고 말았다. 조금 뒤 국제뉴스를 가장 빨리 전하는 연합뉴스 사이트에서 ‘[1보] 노벨문학상에 한국 소설가 한강’이라는 제목만 있는 속보를 발견했다. ‘진짜구나!’ 그제야 문학적 수사가 필요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사실 오랫동안 스스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희망고문해.. 더보기
개혁의 기본을 모르는 대통령의 개혁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까닭은 언제나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는 난제 때문이다. 개혁을 저돌적인 의지만으로 이뤄내기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임기 절반 가까이 되도록 선행 개혁과제는 물론 올해 초 추가한 의료개혁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결실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개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는 개혁의 기본을 모르는 탓이 크다. 모든 개혁에는 세밀한 사전 정지작업과 각고정려한 설득의 리더십이 필수다. 그런데도 무모하게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스타일로 말미암아 개혁의 동력을 꺼트리는 일이 더 잦았다. 개혁의 선봉장으로 내.. 더보기
딥페이크, 정부·국회·법원 책임 크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전세계가 한국의 딥페이크 범죄 확산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영국 BBC는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짜 음란물을 생성·유포하는 세계적인 문제의 진앙이 한국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여성 말고 딥페이크 제작자를 처벌하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써 한국에 훈수를 두었다. 자고 나면 새로운 피해자들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전세계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딥페이크 음란물 대상 가운데 53%가 한국인이라고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보고서로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통계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한국정부와 사회에서는 그리 주목하.. 더보기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못한다 한일관계사에서 유명한 ‘구보타 망언’은 악랄했다. “일본의 조선 통치는 조선인에게 은혜를 베푼 면이 있다. 일본은 36년간 많은 이익을 한국인에게 주었다. 일본이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점령돼 더욱 비참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한일협정 일본 수석대표 구보타 간이치로는 1953년 이 발언으로 협상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그 뒤 한일회담은 4년 반 동안 열리지 못했다. 한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구보타 같은 인식은 일본 우익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구보타의 발언은 요즘 한국의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닮았다. ‘일제가 다리를 놓아주고, 철도도 깔아주고, 공장도 세워주지 않았나’라는 친일 학자·정치인들과 같다. 일본은 자기네.. 더보기
인사를 보면 리더의 미래가 보인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A급 인재만 뽑기로 유명했다. A급 인재가 있는 기업에는 뛰어난 사람이 끊임없이 모여들지만 수준 이하의 직원을 채용하면 A급 직원까지 떠나간다는 이유에서다. S급 인재인 잡스는 조너선 아이브, 마크 뉴슨 같은 특급 디자이너를 발탁해 세계적인 성공을 구가했다.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최고경영자(CEO) 에드윈 캐트멀도 비슷한 철학을 지녔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별 볼일 없는 팀에 건네면 훌륭했던 아이디어마저 엉망이 된다.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를 훌륭한 팀에 넘겨주면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조직은 리더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B급 리더는 A급 부하를 관리할 수 없다. B급 리더는 A급 인재를 쓰지 않는다. 자기가 B급이라는 게 들통.. 더보기
차별금지법 제정 미룰 일 아니다 좋은 판결 하나가 사회를 전진시킨다.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그렇다. 성소수자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 방향전환을 강권하는 조치나 다름없다. 해외 언론도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우쭐대지만 명실상부하기엔 갈 길이 멀다. 선진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대부분이 갖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다. OECD 회원국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일본은 지난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LGBT 이해증진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다. 원안의 핵심문구는 수정됐으나 성소수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 더보기
부패한 정치인, 발효한 정치인 3년 전쯤 한국인 10명 가운데 6명은 ‘만성적 울분’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가 ‘부도덕·부패한 정치’ 때문이라는 게 더 흥미롭다. ‘정치인의 부도덕·부패’가 차지하는 울분 순위는 해가 갈수록 높아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조사연구 결과였다. 같은 조사를 지금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 듯하다. 실제로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국 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역시 정치가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치권을 비리의 온상처럼 여긴다. 이런 인식이 2022년 조사 때보다 높아졌다. 부정부패·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전직 주요 정.. 더보기
‘더불어’가 사라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퇴행이 심상치 않다. 당 안팎의 행태가 모두 그렇다. ‘국민과 더불어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당의 구호가 무색하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 진지 구축 외에 다른 생각이 없다는 손가락질이 무성하다. 자연스레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나는 국민이 늘어만 간다. 민주당은 지난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시한에 예외를 둔 당헌·당규 개정을 확정해 이 대표 연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앴다.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제도를 유지하지만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꼼수를 썼다. 이 대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 2027년 3월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그리 할 말이 .. 더보기
동해 석유탐사 발표와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사기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석유탐사 발표를 듣고 불현듯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사기 사건’이 떠올랐다. 두 사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공기업과 사기업의 자원개발에 정부가 언론발표로 주가변동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2010년 12월 17일 외교통상부는 자기들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례적인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전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3배에 달하는 4억2000만 캐럿 규모의 대형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던 이명박 정부임을 참작하더라도 외교부가 사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상례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하루 전 3400원이었던 ‘CNK 인터내셔널’(카.. 더보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대통령 사람의 자질은 위기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트바로티’로 불리는 가수 김호중이 인기 정상에서 추락한 것도 ‘영점’에 가까운 위기대처능력 때문이다. 그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뺑소니 혐의로 끝내 구속된 일은 잇단 거짓말과 뒤늦은 실토가 불러온 참사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 딱 어울리는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지지율이 민주화 이후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것(24%)도 위기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영향이 크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논란과 문제를 낳고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일이 수두룩하다.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선수 같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취임 4개월 무렵 뉴욕 유엔본부 방문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뒤 일으킨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