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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산천어 2003-06-16 물고기 이야기를 누구보다 정감 어린 시어로 풀어내는 시인 안정옥의 '산천어'는 다소 애처롭게 다가온다. '봄이 되면 바다로 향하는 신경통을 앓아가며/ 산천어는 또 다른 산천어를 만들고 한 때는 송어였던 기억을 잊었다/ 황금색 몸에는 눈물점 그대로 있어 누구나 그 모습 한번만이라도 보면 탐하는(중략) /사랑을 품고는 오지 않는 물고기가 있었다 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똑같이 송어로 태어나 바다 구경 한번도 못하는 불운에다 그 흔한 떡고물조차 구경하지 못한 채 평생을 한없이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야 하는 운명이니 그럴 만도 하다. 태어날 땐 송어와 같은 어종이지만 연어처럼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송어와는 달리 계곡에 남아 그대로 자라면 산천어가 되고 만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더보기
[여적] 가죽 수갑 2003-06-13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 알카트라즈는 전략적으로 더없이 뛰어난 요새였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황금 수송 요충지이기도 했다. 알카트라즈는 미국의 악명높은 죄수들을 수감했던 곳이면서 인권침해로도 최악을 자랑했던 형무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금주법과 대공황으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다. 당시 알카트라즈 감옥에 투옥된 죄수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다. 알 카포네, 존 딜링거, 앨빈 크리피 카푸스, 베이비 페이스 넬슨, 보니 파커, 클라이드 바로 등등.이곳은 탈옥성공 확률 0%를 자랑한다. 간수의 살해, 죄수들의 비인간적 취급, 자살, 자해 등의 감방 비화가 공개되면서 1962년 폐쇄될 때까지 29.. 더보기
[여적] 수상 거부 2003-06-11 독설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에겐 이런 일화가 따라다닌다. 한 동료 화가가 제자의 '활쏘는 사냥꾼'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참 잘 겨누고 있지요"라고 말하자 드가는 "상(賞)을 겨누고 있군 그래"라며 쏘아붙였다. 상 욕심으로 가득 찬 예술가들의 심보를 비꼰 것이다.하지만 영예롭기 그지없는 상조차 서슴없이 물리치는 이들이 심심찮게 심금을 울린다. 재미 화교 여학생이 전국 최우수 고교생에게 주는 대통령상을 거부한 사건이 중국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미국 최고 명문의 하나인 필립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게 된 왕위안(王淵)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수여하는 상을 거부한 것이다. 미국 국적자만 받는 상이어서 미국 국적을 취득할 계획이 있다고 백악관에 통보하면 그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