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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 과잉시대 우리 동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 잦기로 악명이 높다. 사흘이 멀다고 멈춰서곤 한다. 지난해에는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고장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엘리베이터)로 몰린다. 걸어서 올라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자 점점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고층건물에서 단 한층을 오르내릴 때도 사람들은 계단을 외면한다. 5분을 넘게 기다려서라도 승강기를 타고 만다. 젊은이일수록 그렇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좀처럼 걷는 법이 없다. 편리하다 못해 운동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사냥하느라 하루 20km 정도 걸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집안 청소는 일반 청소기로 하는 것조차 귀.. 더보기
곡선에서 배워야 할 정치의 지혜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남긴 명언은 건축·예술 철학의 정수다. 그가 만든 일곱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독보적이다. 141년째 건축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완공 상태에서 등재될 정도로 상찬을 받는다.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성당(172.5m)으로 기록될 이 성당은 세계 최초의 ‘현수선 아치’ 초고층 건물이 된다. ‘뒤집힌 현수선’의 이 건축물은 독립적인 아치 구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신의 곡선’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곡선의 마에스트로’로 일컬어지는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2019)도 "자연은 각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외쳤다.. 더보기
‘선택적 자유’와 함께 한 1년 윤석열 대통령만큼 ‘자유’를 부르짖는 국가지도자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부터 1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500번 넘게 ‘자유’를 역설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기념사 축사 격려사 같은 모든 메시지를 합하면 1000번에 가깝다고 한다. 빼앗긴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자유’라는 말에 깊이 꽂힌 것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 ‘인생의 책’이 경제학자였던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학입학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예찬하는 자유가 현실에서는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여 역설이 느껴진다. 자유와 민주주의에서 가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