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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폭로정치, 폭로저널리즘 2000-03-17 자유당 정권시절 이승만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한 각료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절묘한 맞장구를 쳤다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이 얘기는 윗사람, 특히 최고권력자에 대한 '아부의 극치'의 대명사처럼 통한다. 얼마전 청와대 행사에서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부른 고위 공직자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방귀사건'이 한 술자리에서 화제의 안주로 등장했을 정도다."시원하시겠습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고인이 된 이익흥 당시 내무장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매우 그럴듯한 일화는 유감스럽게도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폭로했던 국회의원은 조선시대때 한 내시가 왕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다는 사실(史實)을 들었던 터라 우스갯소리로 지어냈다고 먼 훗날 번복했다는 것이다. 국회속기록에도 그의 해명.. 더보기
<데스크칼럼>어떤 좌절 2000-03-03 정치는 아무런 준비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설파한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론이 한국의 정치 신인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며칠전 공천을 반납한 민병철 중앙대 겸임교수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의 사례는 이를 처절하게 반증한다. "정치는 준비가 된 사람이 해야하며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민교수의 비감어린 경험담이다. 4월 총선 출마 제의를 받은지 하루만에 수락한 자신의 단견과 '현실의 벽'이 그의 회한 한마디에 녹아나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짓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면역과 이해가 부족함을 절감했다". '6일간의 외도'를 한 윤교수의 경우도 표현만 다를 뿐 좌절의 이유는 흡사하다. 존 스튜어트 밀의 영국 사례는 이들과 .. 더보기
<데스크칼럼>철면피 정치학 2000-01-14 엊그제 발표된 한 유명서점의 신년초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약간은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김용옥 교수의 '노자와 21세기'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인 스님 현각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와 원성 스님의 '풍경'이 나란히 4, 6위에 올라 있다. 불교철학이나 노장사상을 담은 이 책들은 언뜻 보기엔 인터넷, 정보화, 사이버사회 등 첨단주제의 담론이나 시대흐름과는 하나같이 거리감이 있는 것들이다. 나라 안팎에서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들먹이며 떠들썩하게 맞은 '새천년의 벽두'라는 분위기와도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복잡다기하고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상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심리가 독서경향에.. 더보기